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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봉의 건축일기

아뜰리에에서 내가 배운 것 - ‘정체성, 상세함, 적절한 재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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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뜰리에에서 정말 많이 배웠다고 생각하고 앞으로의 내 건축인생에서의 한 근간을 이루었다고 생각하는데 그 부분들에 대해서 설명해보고자 한다.




첫번째, 건축에서의 정체성을 어디에 둘 것이냐


건축가 유현준은 이렇게 말했다.
‘건축은 현실의 처절한 예술이다.’
건축설계를 하다보면 건축가는 많은 문제에 부딪힌다. 대부분은 커뮤니케이션에서 문제가 생긴다. 왜냐하면 건축은 유한한 환경내에서 다양한 의견을 종합하여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갑자기 건축 커뮤니케이션과 정체성이 무슨상관이길래 이야기 하는 것이냐?하면, 이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정체성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매우매우 프로젝트가 흔들릴 위험이 있다.

그렇다면 정체성(Identity)이란 무엇일까?
이는 사무소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무엇이 맞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이다.
예를 들면 어떤 사무소는 컴퓨터를 기반으로한 파라메트릭(parametric)디자인을 형태적으로 추구하고 그 형태에서 오는 감정과 느낌을 중요시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고,
반대로 어떤 사무소는 형태주의적이긴 하지만 그 형태가 나오기 위한 당위성들을 중요시하는 건축사사무소 일 수도 있다.
때문에 이런 정체성은 건축주가 건축사사무소를 컨택하기전에 먼저 갖추고 미리 소개할 수 있도록 소개할 수 있는 요소(사이트에 소개를 한다던지, 건축주와의 첫 미팅 때 회사를 소개할 수 있는 브로셔 등)가 있는 것이 좋겠다.

이런 정체성을 가지고 있어야만이 건축에 있어서 어색함을 만들지 않는다. 건축주가 어떤 요구를 해와도 사무소의 정체성 안에서 대응을 해야 사무소 내 인원끼리의 커뮤니케이션도 원활해지고 건축주도 건축사사무소에게 기대했던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두번째, 좋은 건축은 상세함(디테일, Detail)에서 온다.


건축계에서 유명하디 유명한 명언 한마디를 해야겠다.
‘신은 디테일에 있다.(God is in the detail)’
루드비히 미스 반데어로에의 말이다.
‘디테일’이란 말을 우리 말로 풀어보자면 ‘상세함’정도로 볼 수 있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이 ‘상세함’을 세가지로 나눈다.

첫번째로는 개념의 상세함이다.
이 개념적 상세함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양자역학의 대가인 리처드 파인만의 인터뷰를 소개하고 싶다. (번역하여 유튜브에 올려주신분께는 진정 감사드린다.)
https://youtu.be/3smc7jbUPiE
리처드파인만은 ‘왜 자석은 서로 밀어내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 답변을 하는 대신에 어떻게까지 아는 것이 진정 아는 것인지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는데, 나는 이 영상을 보면서 ‘어떤 개념에대하여 본인이 얼만큼 깊이 이해했는가’에 대하여 다시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또 내가 평소 생각하던 ‘개념의 상세함’에 대하여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어렴풋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시간이 되시는 여러분도 한 번 봐주시기를 바란다.
하나의 예를 더 들자면 미스반데어로에는 기둥을 그냥 개념적 관념적기둥만으로 생각하지않고 기둥이 어떤 형태의 어떤 재질이어야 하는지에대해까지 생각하는 건축가였고, 그것이 진정으로 ‘상세하게 이해하고 풀어내는 건축’을 하였다고 나는 생각한다.

두번째로는 물질의 상세함이다.
첫번째 ‘개념의 상세함’이 인문학적인 요소라면 내가 이해하는 ‘물질의 상세함’은 그 물질의 재료적 특성(물, 열에대한 반응성, 재료의 가공성, 재료자체가 가지는 특이성 등)을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이다. 건축물의 입면에 반사가 심한 외장재를 써서 주변의 건물에 피해를 주었던 63빌딩의 사례가 적절치 못하게 사용된 예라고 할 수 있겠다.

세번째로는 관계의 상세함이다.
세번째는 첫번째와 두번째의 결합으로 이루어진다고 생각을 하는데, 어떻게 건축물의 공간과 형태를 인식해야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이런 개념적 물질적 결합에 의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각각에 맞는 적절한 물질의 배치와 그 재료들이 서로 어울리기위한 결합(좋은 건축가라면 당연히 건축의 성능을 고려한 결합을 같이 고민해야겠다.) 을 고민하는 것이 관계의 상세함이다. 이런 여러가지를 고민하다보면 진정 좋은 건축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깊은 생각을 할 수 있었는데, 필자의 경우 하루종일 이런 상세에 대해서만 고민 할 수 있는 기회들을 아뜰리에에서 매우 많이 가질 수 있었다. 어떤날은 하나의 중요한 단면을 그려놓고 각각의 부위에대하여 심각하게 고찰하고 소장님과 이야기 할 수 있는 아주 소중한 기회들이었다고 생각한다.





세번째, 비싼 재료만이 좋은 건축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적합한 재료가 필요한 것이다.


‘건축은 현실의 처절한 예술’이라 하였다.
아무리 좋은 건축설계를 진행하였다 하더라도 건축주가 제시한 허용된 예산안에서 해결하지 못하면 ‘좋은 수학문제 풀이를 하고 답은 못맞추는 경우’가 되어버린다.
내가 다니던 아뜰리에의 소장님을 꼭 뵙고싶었던 그리고 매우 존경하게 되었던 계기가 된 프로젝트가 있는데(나중에 기회가 되면 소개하겠다.) 경사지에 ㅁ자 구조의 집을 만들고 각각의 내외부공간사이의 관계와 그 집까지 다다르는 시퀀스까지 작은 주택안에서 다양한 공간성과 관계성을 느낄 수 있는 건축이었다. 그 중에서도 제일 내가 참신하다고 느꼈던 것은 그 집에 입구가 되는 누각형태의 부분이 있는데 그 지붕이 샌드위치패널 지붕으로 마감된 것이었다.
뭔 샌드위치판넬지붕에 감동을 느껴서 이렇게 호들갑을 떠냐? 라고 할 수도 있었지만, 그 자체가 하나도 위화감 없이 아름답게 어우러져있었기 때문에 첫번째로 놀랐고,
오히려 건축주의 검소함을 아주 세련되게 느끼게 해주고 있다고 느껴서 두번째로 놀랐다.
마지막으로 간소한 재료이지만 정성껏 시공되어있는 마감이 내게 다른 감동을 주었다.

만약 이것을 이 건축이 지어질 때 어떤 건축이 되어야하는 ‘정체성’과 ‘상세함’이 없었다면, 아마도 나는 이런 감동을 느끼지 못하였을 것이다.




여러분이 생각했던 ‘구조, 기능, 미’가 아니라서 미안하다.
‘정체성, 상세함, 적절한 재료’
이 세가지가 내가 생각하는 건축의 ‘근본’이다.



노파심에 당연히 우리가 아카데미에서 배웠던 ‘구조, 기능, 미’도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남긴다.

더해서, 오늘은 내가 아뜰리에에서 처절하면서도 소중하게 배웠던 세가지를 여러분께 소개 할 수 있는 시간이어서 개인적으로 매우 기쁘다.

각각 ‘정체성’이 잘 들어난 건축물, ‘상세함’이 좋은 건축물들의 사례를 가져와서 같이 좋은 건축을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는 아직 ‘B급 건축가’이지만, 여러분과 함께 건축을 즐길 수 있는 ‘건축 애호가’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오늘 살짝 이야기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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