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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봉의 건축일기

아뜰리에 (소규모 건축사사무소, 작가주의 건축사사무소)에 취직 했을 때 배우는 것(컨셉과 건축프로세스의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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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의 지대에 존재하는 건축사사무소에서 아뜰리에(소규모 건축사사무소, 작가주의 건축사사무소 이후 아뜰리에로 통칭합니다.)로 이직한 나는
드디어 아카데믹한 설계를 할 수 있겠다는 부푼 꿈을 안고 들어갔다.


실제로 입사해서도 긴장의 연속이긴 했지만 매우 좋았는데 그 중에서 중요하게 느꼈던 점들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이는 장점일 수도 있고 단점일 수도 있다.

여러분이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이야기다.

첫번째 이번에 내가 할 이야기는, 진짜로 내가 건축학과 설계수업에서 배웠던 프로세스에 대하여 고민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건 사람에 따라서 장점일 수도 있고 단점일 수도 있다.
왜냐하면 건축학과의 수업이라는 것은 내가 생각한 개념에 대하여 컨셉을 가져야 하기 때문에, 이 컨셉이란 것과 맞지 않는 부분들을 잘 허용하지 않는다.
여기서 컨셉(concept)이라는 것은 하나의 프로젝트에서 건축이 지어질 곳의 컨텍스트(context, 그 땅과 땅 주변이 가지고 있던 시간과 공간의 이야기들이라고 이해하면 좋겠다.)와 아뜰리에가 목표하는 기본적 건축이념과 해당 건축주를 위한 하나의 이야기가 포함이 되는 하나의 주제로 만들어 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수많은 이야기들을 종합하고 정리하여 하나의 동화처럼 제목이 정해지고 보통 이 제목이 프로젝트의 컨셉을 대표한다.
애초에 이런 컨셉이라는 것은 실제하는 것이 아니고 목표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바라보는 사람에 따라서 굉장히 호의적일 수도 있고 비판적일 수도 있는데
이를 바라보는 협의주체(건축주, 건축가, 그걸 진행하는 나, 허가를 내주는 행정기관)들이 모두 동의하는 컨셉을 만들기란 도통 쉬운일이 아니다.


일반적인 건축의 프로세스를 이해해야 컨셉이 언제 정해질 때 좋은지 알 수 있는데,

건축설계의 프로세스를 보고 언제 컨셉이 정해져야 하는지, 한 번 고민해보기를 바란다.


건축설계 프로세스는 다음과 같다.
1. 건축할 대지의 선정
2. 대지의 분석(법적 규모검토, 예산의 설정, 현황측량, 컨텍스트 분석을 포함한다.)
3. 대안의 설정 & 주제 설정
4. 계획설계
5. 기본설계
7. 실시설계 (일반 건축물의 허가, 주택법의 사업승인을 포함하는 단계이다.)
8. 견적 (예산에 적합한 건축물을 만드는 것인지 검토한다. 이 과정에서 많은 것들이 변경 될 수 있다.)
9. 착공 (공사의 시작이다.)
10. 공사진행 (터파기 부터 여러단계의 건설 프로세스를 거친다. 이는 지금은 생략한다.)
11. 준공 (행정기관의 준공검사를 기준으로한다.)

이런 프로세스에서 일반적으로 이상적인 결정단계는 계획설계의 단계이다. 심지어는 기본설계 단계에까지 정해져도 아주 나쁘다고는 할 수 없고, 오히려 기본설계시 생기는 문제점들을 보완해서 더 좋은 결과를 만들 수 도 있다.
아카데미에서 배우는 컨셉의 결과라는 것은 한 프로젝트가 끝날 때까지 고민하는 것이겠지만, 내가 여기서 말하는 컨셉은 어떤 형태를 정했다는 것이 아니라 큰 틀의 이야기를 정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컨셉이라는 것이 5번 기본설계 단계 이전에서 정해지면 좋겠지만, 협의주체들의 성향에 따라서 아주 나쁘게는 공사진행 단계에서까지 어그러지는 경우가 생긴다.
학생 때 하던 설계에서는 실제로 건축물을 짓는 경우가 99%없기 때문에 이런 고민 없이 끝까지 설계를 하면서 얼마든지 수정할 수 있지만, 실제의 건축이라는 것은 매우 현실적인 여건들과 마주쳐야 하기 때문에 이를 중간에서 설득하고 조율하는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본인이 학교에서 설계수업을 듣는 학생이라면 크리틱을 해주시는 담당교수님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얼마나 잘 하는지 한 번 쯤 돌이켜 보기를 바란다.

내가 학교에서 5년, 실무에서 8년여간 이 컨셉에 대해 조율하는 다양한 모습들을 보아온 결과 느낀점은, 아주 재능 있는 소수를 제외하고는 언제나 협의주체들의 의견에 타협하면서 진행이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나의 경우는 언제나 고집있게 밀어붙이다가 열심히 폭탄을 맞은 뒤 내가 세운 프로젝트의 컨셉이 용두사미가 되어 엉망인 결과가 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금에 와서 내가 생각하는 것은 다양한 주체의 다양한 이야기를 하나의 디자인언어로 풀어내어 마치 요리로 치면 볶음밥이나 짬뽕같은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 필요하고 결과를 만들어 내는데에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좀더 예시를 들어보자면,
짬뽕 속에 고기와 채소 해물들의 조합이 언뜻 잘못조리하면 음식쓰레기 행이 될 수 있지만 맛있는 조미료(디자인언어)로 얼큰한 국물이 어떤 목표하는 하나의 맛을 이루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더 나아가서 프로젝트를 잘 이끄는 건축가는 취합할 뿐만 아니라 각자의 의견을 적절히 배제하여 하나의 목표(컨셉)을 위하여 담백하고 단순하게 풀어내는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이런 현실의 예술인 건축의 협의 과정을 거치다보면 사람은 고집있는것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의견을 받아낼 수 있는 넓은 마음도 중요해, 어린 치기로는 좋은 건축을 쉬이 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다른 유명한 건축가들도 50살이 넘어서야 겨우 자신의 꽃을 피우는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가 이런 훌륭한 건축가의 길을 몰라서 못하는 것이 아니라 50살에 훌륭한 건축가가 되기 힘든 이유가 여기서 나오는데,
첫째로, 일반적으로 아뜰리에에서 주는 연봉으로 삶을 이어나가면서,(시간)
둘째로, 본인이 지속적으로 프로젝트 수행을 잘 해내어 적절하게 좋은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이뤄나가 본인에게 적절한 포트폴리오를 가져야하며,(양적상승)
셋째로, 그 안에서 본인의 실력이 실질적으로 (질적 상승)이 일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넷째로, 이것을 지속적으로 해낼 수 있는 (운)이 중요하다.

공식으로 풀어보자면 이렇다.

시간 X 실력의 양적상승 X 실력의 질적상승 X 운 = 훌륭한 건축가



이 글을 읽은 여러분 중에 건축가가 되길 희망하는 사람이 있다면, 본인이 잘 해낼 수 있을지 잘 고민해보기를 바란다.
여러분의 재능정도와 노력, 그리고 운의 정도에 따라 훨씬 더 빨리 이뤄 낼 수도 있고 아닐 수 도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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