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을 넘게 키웠던 달팽이 2마리 중 1마리가 세상을 떠난 걸 확인했다.
일요일에 넣어줬던 상추를 먹은 흔적이 전혀 없어서,
설마 설마 하는 마음에 남편에게 확인해달라고 했는데 죽었다고 했다.
손톱만한 달팽이가 손바닥만해지면서,
손톱만할 때 쏟았던 애정은 온데간데 없이 의무감으로 키워온 게 한참 전 일이다.
남편에게 상추를 넣어줬던 날 떠난 걸까? 했더니
일주일 전에 본인이 배추잎 한장을 넣어줬을때 자던 모습 그대로인걸 봐서는 그 전에 떠난 것 같다고 했다.
보통의 우리는 무언가 해결못할 문제가 생겼을 때 서로의 잘못이라며 물어뜯는 편인데, 둘 다 말이 없어졌다.
그냥 각자의 역할대로 떠난 달팽이 흔적을 치우며
달팽이 살았던 집, 깔아뒀던 흙, 그리고 쓰던 밥그릇을 치우고, 버리고, 닦아댔다.
'그래도 또몽이가 알기 전에 치우게 되서 다행이다'
'또몽이는 잘 받아드릴꺼야'
'또몽이가 죽음에 대해 알아?'
'저번에 이야기 해줬는데 아무렇지 않던데?'
'그건 그게 또몽이한테 소중한 것이 아니였나보지'
소중함은 어떤 감정일까?
모든 걸 다 쏟았는데 그 시간 마저 잊고 있었다.
소중하지 않게 되는 데까지의 시간이 1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퇴색된 감정들이 갑자기 낯설게 느껴진다.
아이는 자라고,
나는 늙어가고
소중했던 것은 어느 덧 익숙해져가고
그렇게 다시 낯설어지고
모두 이곳을 떠나는 날이 오겠구나 라는 생각이 머리 속을 스쳐갔다.
떠난 달팽이 자리를 쳐다보니 살아있는 달팽이가 나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새 저 친구도 많이 늙었다.
내일은 이 감정의 흔적을 잊지 말고, 잘 챙겨주어야겠다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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