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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또부부 일상

쿰쿰함과 방향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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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의 쿰쿰한 냄새가 세월의 흐름을 말한다.

운전석 시트에서 나는 30대의 절은 냄새,
보조석에서 비산하는 과자부스러기와 비닐과 함께 늘어붙은 캔디향,
유아용 카시트에서 풍겨오는 사랑스러운 딸의 취향까지.

즐거운 시간과 함께 느껴지는 나의 섭섭한 30대 초반의 향이,
내 차 안에서 계속해서 피어오르고 있었다.

이런 쿰쿰함도 잠시, 주말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공주님들을 모시고 어디로든 달려야했다.

가고싶은 곳 없이 공허한 머리속에서는
유모차를 밀기 쉽고, 거대한 실내공간을 가진 스타필드가 스쳐갔다.

피곤함과 함께 찾아간 고양 스타필드
우리 셋은 원하는 목적지가 달랐다.
의류와 신발, 모자 등 악세사리를 좋아하는 아내와
무엇 하나라도 사지 않으면 쉬이 나올 수 없는 아이들의 천국인 토이킹덤을 가야하는 딸랑구
전자제품 아니면 인테리어가 주 관심사인 나 까지,

스타필드는 모두를 위한 공간이었지만, 모두가 한 번에 즐거울 수 있는 공간은 아니었다.

그렇게 차에 배길만큼의 절어갈때즈음에야 겨우 집에가져갈 식재료를 사기위해 트레이더스를 가는 것이다.

트레이더스는 다시 다른 난관에 봉착한다.

이 창고형 매장 안의 다양한 상품은 한 사람만을 위한 물건들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각자의 취향을 고려하느라 진정 기력이 다 할 때즈음에 결국 딸이 나를 어디론가 이끌었다.


“아빠! 포켓몬이야! 포켓몬! 이거 사줘!”


딸의 요구에 수식간에 여러가지 생각이 나를 덮쳤다.
첫째로는 6살 먹은 딸아이가 보여주지도 않은 포켓몬스터를 알고있다는 사실과,
둘째로 결국 여기서 장난감을 하나 더 사줘야 하는가하는 고민,
셋째로 다시보니 방향제여서 이걸 대체 왜 사자고 하는 건지 알수없는 기분이 뒤섞여 멍 해지고야 말았다.
가격도 적당해보이지 않음은 물론이다.

일단 더 생각해보자고 아이를 결국 달래고나와 다른 상품들을 보면서 여러가지 생각들이 겹쳤다.

내가 초등학교 때 혼자 들어온 집에서 조용히 보던 포켓몬스터가 주는 어떤 향수와
결국 20년이라는 시간을 건너 나의 딸과 공유할만한 캐릭터가 생겼다는 사실이라는 핑계가
이걸 사도 되지 않을까하는 어떤 구매욕구로 결론이 나기 시작했다.


쿰쿰. .


하루를 찌르는 내몸의 냄새가 차 안에서 느껴지는 땀내나는 쿰쿰함을 불러일으켰다.


‘그래, 사자.’


돌이켜보면 힘들기만 했다고 생각할 수 있는 나의 쿰쿰한 이 냄새를 덮는,
생각보다 달콤하게 위로하는 방향제가,

어쩌면 고단하기만 하다고 생각하는 나의 삶이
고단하기만 한 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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